이번달 싱글리뷰가 너무 부실해서, 또 한번 합니다. 솔직히 기말고사 때문에 들은 음악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꽤나 관심이 있던 곡들을 리뷰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께서는 제 음악감상문에 기분이 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음악을 후지다고 평가하거나, 후진 음악을 좋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나봅니다. 그러나 저는 일단 아마추어구요. 진짜 별 영향력도 없는 꼴뚜기일 뿐입니다. 제 글이 일희일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단 대중가요에도 무척이나 호의적입니다. 단, 그것이 상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쓰는 것 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상품에 대해서 평가를합니다. 아무리 팔아먹을 속셈이 있는 것이라도 후지면 까는거고, 그정도면 잘만들었다는 칭찬을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음악은 가격이 정해져있습니다. 경제학에서 그렇게 떠드는 가격은 구매력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정도가 제가 리뷰를 쓰면서 염두해두는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백하자면, 여기에 언급되는 수많은 대중음악들은 제가 구입해서 들어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운받아서 들은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어디서나 무지하게 많이 들리거나 음악채널에서 꽤나 흥미롭게 들은 것을 쓰는 것 입니다. 사지도 않은 자식이 무슨 리뷰냐? 라고 해봤자, 저도 전파의 소비자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음악채널 역시 전파를 팔아먹는 기업이니만큼, 저도 충분한 소비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대로된 감상도 아니고 음악채널에서 주워들은 것 가지고 무슨 자격으로 까냐. 라는 말씀에는 뭐 감상 방법의 차이라고밖에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 저도 CD로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예전에 음악감상실이라고 있었지요. 뮤직비디오 틀어주던 가게요. 거기 다녀보신 분이라면 제 감상법에 그다지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보아 - Eat You Up
분명히 신경쓴 티가 팍팍나는 보아의 대 쌀국용 싱글. 깔것도 없고 칭찬할 것도 별로 없다. 보아의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빛나긴 하지만, 퍼포먼스와 함께 보아의 주력무기인 폭발력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획자들이 알고도 못하는건지 모르고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주류음악이 대단한 것은, 그 때깔 고운 비트만의 힘은 아니다. 음악기획자들이 그렇게나 밴치마킹을 하고 싶어하는 주류음악의 힘은 역시나 훅이다. 보아의 이번 싱글은 분명히 SM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훅없는 음악이 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아는 훌륭하다. 그러나 분명 더 훌륭해질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소모되기전에 얼른 꽃피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싱글은 분명히 아쉽다. 마지막으로 제발 언론들 설레발 좀 자제연....
은지원 - Dangerous
은지원의 버라이어티 이미지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성실한 랩가수인 것은 확실하다. 문희준을 언급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문희준과 은지원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자신을 파악했으냐 못했느냐의 차이다. 은지원과 문희준 둘 다 분명히 한계를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다. 그 한계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이 아니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아이돌의 뮤지션화는 분명히 긍정적이고 한국 음악계에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들의 역량이다. 분명히 문희준의 송메이킹은 몰라도, 보이스가 락뮤직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은지원 역시 가사에 진정성을 실을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 의심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은지원은 랩을 하는 사람이 가사를 다른 사람에 받는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추구했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아무래도 두장의 솔로앨범의 과욕에서 깨달았겠지만, 절대 늦은 판단이 아니었다. 그리고 차분히 실력을 길러 꽤나 좋은 결과물을 발표했다. 분명히 평균 이상의 싱글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싱글이고 이것이 은지원의 행보가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사족이지만 문희준은 되려 은지원보다는 어떤 의미에서 앞서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아직도 고민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
검정치마 - antifreeze
오 마이갓. 이토록 사랑스러운 세기말적 가사라니! 졸라 귀엽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세어나온다. 멜로디도 훌륭하고 가사 역시 훌륭하다. 올해 음악을 들으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뽑는다면, 정말 어렵긴 하겠지만, 검정치마의 201앨범 1번부터 6번까지 지나가는 순간은 분명히 포함될 것이고, 이 곡은 단연 최고다. 되게 염세적인 가사인데, 어쩜 이렇게 귀엽게 썼을까. 문제는 이 좋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데, 아마도 의도한 바인 것 같으나 잘은 모르겠다. 2008년 내 생활에 다시한번 신스팝의 재림했다. 걸작은 괜히 걸작이 아니구나.
넥스트 - 개판 5분전 만취 공중 해적단
신해철이 최근 발표한 실망스러운 결과물들 덕분에 이번 싱글 제목만 보고 듣기도 싫었다. 쇼케이스에서의 발언들도 그렇고,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별 의미없는 이런 가사에서 의외로 넥스트의 저력이 보인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넥스트는 - 다른사람이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 분명 지적인 밴드로서의 위상을 갖고자 무지하게 노력을 했었고, 그것이 되려 신해철의 이미지 덕분이 밴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싱글은 분명히 성공적이다. 질주감있는 신서사이져 사운드나 잔뜩 디스토션 걸어놓은 기타와 어울리는 신해철의 재수없는(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신해철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보이스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마치 아 내가 왜 재즈한다고 설쳤지? 하는 반성의 의미같이 들린다면 오버겠지. 낄낄. 어쨌든 좀 당혹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넥스트의 이름값은 충분히 해주는 싱글이다.
윤종신 - 야경
얼마전에 도서관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오다가 어떤 여자애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08학번으로 보이는 그녀들은 윤종신의 컴백 무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가 노래를 한다는, 그것도 꽤나 진지하고 슬픈 노래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개그맨이 폼잡고 노래하는게 안어울린다는 내용. 패밀리가 떳다가 생각나서 웃겼다는 이야기였다. 아...ㅅㅂ 이게 세대차이구나. 나는 윤종신이 015B의<텅빈 거리에서>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가슴 저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윤종신의 슬픔이 궁상스럽긴 하지만, 분명히 진정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이번 앨범도 마찮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요즘 애들한테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그게 윤종신의 예능 활동 때문인지, 노래의 힘이 약한건지는 답이 딱나온다. 들어보면 안다. 아직도 윤종신은 좋은 작사가이고, 좋은 작곡가이고, 좋은 가수다. 유효하다. 걔들이 이 글을 보고 있으면 이말을 해주고 싶다.
이게 바로 윤종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