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5일
추격의 아이러니 - 추격자(2008)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의 포스팅, 오랜만의 영화평입니다. 그 동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좀 회의적이었습니다. 이유야 뭐 많겠지만 일일이 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어쨌든 저쨌든 다시 키보드와 함께하면 나도 진중권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두드리겠습니다. 낄낄낄.

화제의 그 영화 <추격자>를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영화답게 굉장한 에너지로 가득 차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불쾌하기도 한 영화였습니다. 인간 속에 내재되어있는 악마성따위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는 다른 공포영화나 고어물보다 훨씬 불쾌했습니다. 그 불쾌함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불쾌함도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는 증거라는 것 입니다. 그런 기이한 불쾌함과 배우들의 호연이 주는 에너지 속에서 지루할 틈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은 <추격자>입니다만, 이상하게 쫓는자 엄중호와 쫓기는자 지영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분명 추격을 하는 자는 엄중호겠지요. 그리고 엄중호가 추격하는 대상은 지영민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지영민은 쫓기는 자가 아니라 잡혀있는 자입니다. 게다가 엄중호는 쫓는 자이기도 하지만 경찰에게 쫓기는 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쫓는 행위는 초반에 4885를 외치며 지영호를 쫓는 시퀀스에서 한번 등장하고 그 뒤로는 헤메는 자가 되어버립니다. 단서가 하나하나 확보되고 치밀한 머리싸움 끝에 추격이 완료되는 구성도 아닙니다. 단서라고는 100여개는 되어보이는 열쇠 꾸러미 하나와 망원동이라는 것 뿐. 그냥 헤메이고 헤메일 뿐 입니다. 물론 엄중호는 마지막에 결정적인 단서로 지영호의 집을 찾아내지만, 그것은 추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의도했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추격의 아이러니를 꽤나 의미심장하게 보았습니다. 쫓기는 자는 아주 쉽게 붙잡히지만 더욱 쉽게 풀려나고,(물론 꽤나 고통스러웠을 추궁과 폭력이 있었지만) 쫓는 자는 심증만 있을 뿐,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헤메이기만 하다가 오히려 쫓기게 됩니다. 어디선가 자주 보던 모양세 아닙니까? 힌트를 드리자면 서울 시장이 얼굴에 똥처맞는 시퀀스가 괜히 들어간건 아닐 것 같다는 것이지요. 물론 제가 오바하는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제가 영화 관련 포스팅을 쓰면 가끔 용자분들께서 '영화는 영환데 오바하느라고 헛힘쓰냐'라고 하시는 것처럼요.
어쨌든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완전히 탈진해 버렸습니다. 최근에 영화를 관람하면서 영화를 보다는 취미생활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었는데, 그것을 한반에 물리쳐줬습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밀도있는 연출 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호연도 정말 굉장했습니다. 엄중호역의 김윤석씨도 대단했지만, 지영호역의 하정우씨의 연기는 뭐랄까. 진짜 토나올 정도로 대단하더군요. 보통은 후지다는 표현을 할 때 토나온다는 수식을 하지만, 하정우씨의 연기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토나올 정도의 연기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추격자>가 <살인의 추억>과 많은 비교가 된다는 점인데, 같은 스릴러 장르라는 것 이외에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꽤나 비교할만 했다는 것입니다. 박해일은 범인인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신비롭고 고고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하정우는 그야말로 대놓고 범인스럽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무 상관 없는 듯한 방관자적인 인물을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안팔았어요...죽였어요.'라고 툭 내뱉듯이 말하는 장면은 그냥 지나칠만한도 하지만 굉장히 끔찍했습니다. 짧은 글솜씨로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반대로 엄중호를 연기한 김윤석씨의 연기는 송강호씨와 김상경씨가 연기한 캐릭터 둘을 합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팔려간 여자(사유재산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를 찾기 위해서 추격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연민으로, 살인자를 잡아 죽여야겠다는 막무가내의 신념으로 변해갑니다. 서류를 믿는 냉철한 형사가, 살인자를 잡아넣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변해가는 서태윤 형사의 그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의무감과 감에 의지하고 설렁설렁 수사하는 박두만 형사의 그것처럼요.
문제는 골프채와 망치를 들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휘두르는 엄중호와 지영민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입니다. 범인이 잡히고, 엄중호는 아이에게 돌아왔지만,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 아닌 이유입니다. 지영민은 잡혔지만 그를 잡은 엄중호도 나쁜놈입니다. 결국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출장안마 포주일 뿐이고, 극악한 살인자지만 어쨌든 폭력을 행사하고 죽일려고까지 했으니까요.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였던 김미진이 아주 악취미하게(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은 정말 최악으로 잔인했습니다.) 살해됨으로써,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나쁜놈들만 살아남았고, 해피엔딩과는 영원히 작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영호가 잡히는 순간 영화의 종결을 깨닫게 됩니다. 최고로 나쁜놈이 잡히자, 그 다음 나쁜놈의 존재는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 것으로 착각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나중에서야 결국 나쁜놈들끼리 치고 박다가 제일 나쁜놈만 잡혔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김미진의 아이가 살아남았다는 것 입니다만, 그래도 이 불쾌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이창동감독의 <오아시스>를 보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종두의 편지를 읽으며 그가 돌아올 것을 희망으로 삼고 열심히 살지만, 결국 그들은 강간번과 피해자의 관계일 뿐 입니다. 아무리 본인들이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인데, 영화의 결말이 그것을 아주 '해피하게' 담아내서 너무나 불쾌했었습니다. <추격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불쾌하군요.
어쨌든 저쨌든 오랜만에 할말이 많았던 영화였고, 할말이 많은 만큼 재미있게 본 영홥니다. 조명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더군요. 이런 영화에서 미학을 찾기는 좀 거시기하지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서울의 밤거리가.

화제의 그 영화 <추격자>를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영화답게 굉장한 에너지로 가득 차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불쾌하기도 한 영화였습니다. 인간 속에 내재되어있는 악마성따위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는 다른 공포영화나 고어물보다 훨씬 불쾌했습니다. 그 불쾌함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불쾌함도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는 증거라는 것 입니다. 그런 기이한 불쾌함과 배우들의 호연이 주는 에너지 속에서 지루할 틈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은 <추격자>입니다만, 이상하게 쫓는자 엄중호와 쫓기는자 지영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분명 추격을 하는 자는 엄중호겠지요. 그리고 엄중호가 추격하는 대상은 지영민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지영민은 쫓기는 자가 아니라 잡혀있는 자입니다. 게다가 엄중호는 쫓는 자이기도 하지만 경찰에게 쫓기는 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쫓는 행위는 초반에 4885를 외치며 지영호를 쫓는 시퀀스에서 한번 등장하고 그 뒤로는 헤메는 자가 되어버립니다. 단서가 하나하나 확보되고 치밀한 머리싸움 끝에 추격이 완료되는 구성도 아닙니다. 단서라고는 100여개는 되어보이는 열쇠 꾸러미 하나와 망원동이라는 것 뿐. 그냥 헤메이고 헤메일 뿐 입니다. 물론 엄중호는 마지막에 결정적인 단서로 지영호의 집을 찾아내지만, 그것은 추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의도했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추격의 아이러니를 꽤나 의미심장하게 보았습니다. 쫓기는 자는 아주 쉽게 붙잡히지만 더욱 쉽게 풀려나고,(물론 꽤나 고통스러웠을 추궁과 폭력이 있었지만) 쫓는 자는 심증만 있을 뿐,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헤메이기만 하다가 오히려 쫓기게 됩니다. 어디선가 자주 보던 모양세 아닙니까? 힌트를 드리자면 서울 시장이 얼굴에 똥처맞는 시퀀스가 괜히 들어간건 아닐 것 같다는 것이지요. 물론 제가 오바하는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제가 영화 관련 포스팅을 쓰면 가끔 용자분들께서 '영화는 영환데 오바하느라고 헛힘쓰냐'라고 하시는 것처럼요.
어쨌든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완전히 탈진해 버렸습니다. 최근에 영화를 관람하면서 영화를 보다는 취미생활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었는데, 그것을 한반에 물리쳐줬습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밀도있는 연출 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호연도 정말 굉장했습니다. 엄중호역의 김윤석씨도 대단했지만, 지영호역의 하정우씨의 연기는 뭐랄까. 진짜 토나올 정도로 대단하더군요. 보통은 후지다는 표현을 할 때 토나온다는 수식을 하지만, 하정우씨의 연기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토나올 정도의 연기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추격자>가 <살인의 추억>과 많은 비교가 된다는 점인데, 같은 스릴러 장르라는 것 이외에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꽤나 비교할만 했다는 것입니다. 박해일은 범인인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신비롭고 고고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하정우는 그야말로 대놓고 범인스럽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무 상관 없는 듯한 방관자적인 인물을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안팔았어요...죽였어요.'라고 툭 내뱉듯이 말하는 장면은 그냥 지나칠만한도 하지만 굉장히 끔찍했습니다. 짧은 글솜씨로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반대로 엄중호를 연기한 김윤석씨의 연기는 송강호씨와 김상경씨가 연기한 캐릭터 둘을 합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팔려간 여자(사유재산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를 찾기 위해서 추격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연민으로, 살인자를 잡아 죽여야겠다는 막무가내의 신념으로 변해갑니다. 서류를 믿는 냉철한 형사가, 살인자를 잡아넣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변해가는 서태윤 형사의 그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의무감과 감에 의지하고 설렁설렁 수사하는 박두만 형사의 그것처럼요.
문제는 골프채와 망치를 들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휘두르는 엄중호와 지영민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입니다. 범인이 잡히고, 엄중호는 아이에게 돌아왔지만,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 아닌 이유입니다. 지영민은 잡혔지만 그를 잡은 엄중호도 나쁜놈입니다. 결국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출장안마 포주일 뿐이고, 극악한 살인자지만 어쨌든 폭력을 행사하고 죽일려고까지 했으니까요.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였던 김미진이 아주 악취미하게(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은 정말 최악으로 잔인했습니다.) 살해됨으로써,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나쁜놈들만 살아남았고, 해피엔딩과는 영원히 작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영호가 잡히는 순간 영화의 종결을 깨닫게 됩니다. 최고로 나쁜놈이 잡히자, 그 다음 나쁜놈의 존재는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 것으로 착각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나중에서야 결국 나쁜놈들끼리 치고 박다가 제일 나쁜놈만 잡혔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김미진의 아이가 살아남았다는 것 입니다만, 그래도 이 불쾌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이창동감독의 <오아시스>를 보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종두의 편지를 읽으며 그가 돌아올 것을 희망으로 삼고 열심히 살지만, 결국 그들은 강간번과 피해자의 관계일 뿐 입니다. 아무리 본인들이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인데, 영화의 결말이 그것을 아주 '해피하게' 담아내서 너무나 불쾌했었습니다. <추격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불쾌하군요.
어쨌든 저쨌든 오랜만에 할말이 많았던 영화였고, 할말이 많은 만큼 재미있게 본 영홥니다. 조명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더군요. 이런 영화에서 미학을 찾기는 좀 거시기하지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서울의 밤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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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2/25 18:17 | 얼빠진 영화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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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호가 착한 놈이 아니라, 덜 나쁜 놈인것,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진 정의의 수호자 쯤으로 나오지 않은 것 말이죠
(글 잘 읽었습니다 ^-^)
언뜻보면 헤피엔딩 같잖아요. 조금 덜 나쁜놈들은 살아남는게 헤피엔딩같은 현실이 불쾌한 거죠.;
그냥 투덜거림이예요. 허허허.
어거지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