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2일
비디오 키드.

짤방은 쌍욕나오는 사진.
한때말이야. '나는 절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 라고 무슨 독립선언문 주창하듯이 말하고 다닌적이 있었어. 그러니까 아마도 고3때 까지 였던 것 같아. 지금와서는 생각이 많이 다르지만, 내가 저렇게 이야기한 것은 꽤나 사정이 있다니까. 지금 울컥하고 있는, 극장을 사랑하는 당신.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낄낄) 나 어릴적에 영화구경은 정말로 엄청난 일이었어. 사실 내 나이또래들이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구경은 이벤트급이었겠지. 지금에야 심심하면 영화보러가지만, '영화구경'이라는 표현같이 당시에 영화는 어디 소풍가서 관광하는 것처럼 '구경'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영화구경을 가서 좋았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거야. 당시에 우리동네는 인천 도화동의 제일시장이었어. 아버지께서 거기서 이불장사를 하셨거든. 그리고 시장 옆의 '중앙극장'이 내가 영화를 본 곳이야. 옛날 영화관이라 한번 표사서 들어가면 몇번을 봐도 상관없고, 리모델링 하기 전까지는 하루죙일 같은 영화만 틀었지. 한번 표 사고 들어가서 안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막 서서도 보고 그랬어.
제일 처음본 영화는 1988년 작인 <공작왕>이었어. 당시 아시아를 풍미했던 글로리아 입이 출연했는데, 사실 나는 그런건 잘 몰랐고. 영화 중간중간 지금 생각나는 이미지로는 굉장히 더럽고, 끔찍한 이미지들로 가득차있던 영화였던 것 같아. 아무래도 요괴가 나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섭고 그랬는지. 덜덜덜 떨면서 울음을 터트렸어. 아버지는 쪽팔리니까 닥치라고 으르렁 거리셨고, 화면에서는 예의 지저분하고 끔찍한 이미지가 '에이스맨 빔쏘는 소리'같은 조악한 특수 음향과 함께 나를 괴롭혔지. 결국 엄마가 나는 극장 밖으로 끌고나가서 엉덩이 찜질을 했던걸로 기억해. 큰맘먹고 극장 데려왔더니 처 운다고. 물론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나쁜분은 아냐. 단지 당신들고 영화관에 자주 오지 못하시기 때문에 우는 내가 당황스러웠을거라고 추측해.
두번째는 아마도 1987년 작인 <로보캅>이었어. 응? 웬 1987년작? 내 기억에는 분명히 <공작왕>이 제일 먼저 극장가서 본 영화인데...뭐 기억이 잘못되었나 보네-_- 어쨌든 로보캅도 그닥 좋지 않은 기억이지. 영화는 재밌었어.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에 로보캅이 고장나고 헬멧을 벗었는데...그 간지나던 로보캅이 대머리야.ㅠㅠ 그것도 무지 보기 흉해. 게다가 마지막에는 허리가 거의 잘려. 아 끔찍해. 년도로 따지면 내 나이 5살. 변덕많은 나이. 이해해줘-_-
세번째는 맥컬리 컬킨 주연의 <마이걸> 이거 1992년작인데, 이모와 누나랑 보러갔어. 영화는 재밌었어. 여주이공이 이뻣고, 둘의 깜찍한 키스신에는 나 가슴도 덩달아 벌렁벌렁 거렸지. 마지막에 맥컬리컬킨이 죽었을 때, 진짜 슬퍼서 찔찔 눈물을 짰는데..엉엉 울면 <공작왕>때처럼 처맞을까봐 울지 못했어-_-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오는 도중에 동네 형들과 마주친거야. 여자들이랑 여자들이나 보는 영화를 보러온다고 놀리더라. 그런데 극장에서 만난거면 지들도 '여자나 보는 영화'를 보러온거잖아. 썅놈의 새퀴들. 괜히 자존심 세워서 싸우다거 무지 처맞았지. 그리고 나는 극장은 절대로 안가기로 다짐했어.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대부분이 누구한테 처맞고 극장에 안가겠다고 다짐한거네-_- 내가 생각해도 한심해.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거야. 지금까지 긴글 읽느라 고생이 심했어. 그러나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글은 비디오에 관한 글이거든. 꽤 많이 쓴 것 같은데 비디오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안나왔어. 나도 솔직히 불안해.
내가 극장가서 영화를 안본다고 한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집에 비디오테크가 생기고 나서부터야. 아아아..비디오. 정말 지금 들어도 셀레는 이름이지. 나는 국민학교를 사립학교를 나왔어. 인천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명문 국민학교-_-였는데 거기 부잣집 자제들이 꽤 많았거든. 반에서 집에 비디오가 없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었어. 애들이 자기가 재밌게 본 비디오들을 가지고 와서 선생님한테 틀어달라고 하면 점심시간에 틀어주고 그랬다? 그런데 나는 그게 뭔지도 하나도 모르겠는거야. 후레쉬맨이라는걸 처음 알았을 때의 그 문화충격이란...그런데 이 새퀴들이 1편부터 가지고 오면 좀 좋아? 다들 집에 비디오가 있어서 1편부터는 다 봤고, 최신편만 가져와서 틀어주니.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어야지. <후래쉬맨>이 그랬고, <슈라왕 슈라토>가 그랬어. 한시대를 풍미했던 <강시> 시리즈가 그랬고, <우뢰매>역시 그랬지. <호호아줌마>라던지, <이상한 나라의 폴>도 그랬어. 나는 아직도 호호아줌마가 왜 작아지는지도 모르고, 나나가 왜 대마왕에게 잡혀갔는지도 몰라. 결국 폴이 나나를 구출했는지도 몰라. 그냥 몰라. 걍 틀어주니까 보는거야. 새롭게 펼쳐진 별천지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런데 국민학교 시절에 내가 제일 싫어하던 시간이 비디오 틀어주는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다들 내용을 아니까 그 뒷부분이 어떻게 되잖아~ 여기서 되게 멋있잖아~ 여기가 재밌어~ 하는데 나만 모르니까. 그게 막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모두의 집에는 비디오가 있는데 우리집만 비디오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웠는지. 나만그랬나? 당시에는 비디오테크가 꽤나 고급 가전제품이었으니까, 다른 학교에 다녓던 애들은 이런 기분 느껴봤을지 모르겠어. 마치 요즘애들이 집에서 메이플 스토리가 안돌아가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때 느끼는 소외감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잘사는 새퀴들 속에서 나는 벌레같은 소외감과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거지. 그래서 나는 구라를 쳤어-_- 우리집에도 비디오가 있고, 나도 저것들 다 본거라고. 뭐 생각보다 쉬웠어. 워낙 당시 만화들이 정형적이라, 이쯤에서 이렇게 되겠지하고 말하면 대부분이 맞았어. 가끔 틀리면 다른것과 헤깔렸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거였지.
그래도 국민학생인데 말이야. 거짓말을 그렇게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었겠어? 집에만 가면 아버지께 비디오테크를 사자고 졸라댔지. 몇 대 좀 처맞다가 보니까 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이사하면서 아버지께서 드디어(!) 비디오 테크를 사주셨어.
만세 만세 만만세.
그때부터 비디오 키드의 생애는 시작된거지. 처음 시작은 이연걸이었어. 아아아 연걸이횽.ㅠㅠ 예전에 <옹박>의 메인카피가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늙었다. 이연걸은 약하다.> 였는데, 성룡은 늙었다와 이연걸은 약하다에서 열받은 횽아들 꽤나 있을꺼야. 나보다 윗 세대들에게 절대 강자가 이소룡이었으면 우리 세대에게 절대 강자는 역시 이연걸이지. 이연걸 이전에 잠깐 히어로로 등극했던 주윤발? 주윤발은 총쏘는 간지남이지 절대 무공의 소유자가 아냐. 이연걸은 진짜 강했어.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시 이연걸 주연 영화가 대부분 헐리우드의 영화를 슬쩍 베낀 영화였는데, 그래도 어찌나 멋지던지. 여자분들도 <이연걸의 보디가드>에서는 소리 꽤나 질렀던 기억있을껄? 최근에 성룡과 이연걸이 같이 영화에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워. 물론 그 영화는 안봤지만. 기역시옷.
그 다음 내가 미친 배우는 주성치. 우리집은 아주 평범한 집안이라 주성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삼촌이 재밌다며 <심사관>을 빌려왔을 때, 아무도 보지 않았지. 나 역시 같았어. 영화 = 무공 이라는 공식이 이상하게 나를 놓아주지 않더라고. 그러다가 내가 비디오가게에서 본 간지나는 포스터가 바로 이거야.


헥헥. 힘들다. 과제는 안하고 이게 무슨짓이냐. 이후의 이야기들은 생각나면 써보도록 하겠어. 어쨌든 저쨌든 지금은 극장 잘다닙니다요. 결론이 아주 구린데?
# by | 2008/05/12 17:12 | 얼빠진 영화관.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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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새///에이. 같은 세개죠.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왜이러실까~~~헤헤헤^-^
김란희///얼마전에 해준건 못봤어. 나 바쁘다-_-